한 승려가 물었다.

"스님의 특별한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조주가 말했다.

"나는 귀가 어두우니 큰소리로 물어라."

승려가 큰소리로 질문을 반복했다.

그러자 조주가 말했다.

"그대가 나의 특별한 가르침을 물으니 내가 그대의 특별한 가르침을 알겠구나."

 

한번은 조주가 신라원(新羅院)에 초청을 받았다.

조주가 문 앞에 이르러 물었다.

"여기는 어떤 절인가?"

원주가 대답했다.

"신라의 절입니다."

조주가 말했다.

"그대와 나는 바다만큼 떨어져 있구나!"

한 승려가 물었다.

"거지가 오면 무엇을 주어야 합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그는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원문 이해

"나는 귀가 어두우니 큰소리로 물어라."

= 조주의 귀가 어둡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조주는 큰소리로 말하라고 요구함으로써 제자를 깨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대가 나의 특별한 가르침을 물으니 내가 그대의 특별한 가르침을 알겠구나."

= "나에게는 가르침이 없는데, 특별한 가르침이 있겠느냐? 그대는 반복해서 나의 가르침을 묻는다. 나는 그대의 가르침에 대해 물은 바 없지만 그대의 특별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안다. 왜냐하면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은 경전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빌려온 것일 뿐, 그대 스스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대의 특별한 가르침을 알 수 있다."

 

"거지가 오면 무엇을 주어야 합니까?"

= "모든 것을 포기한 자, 자기 자신을 발견한 자, 자신의 무(無)를 발견한 자가 오면 무엇을 주어야 합니까?"

 

"그는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 "그는 아무 것도 모자람이 없다. 그에게 뭔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 같은 분이 저희 집을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저 또한 언젠가 당신과 같은 의식의 경지에 오르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공덕입니까? 당신은 저를 행복하게 해주셨습니다. 제 감사의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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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투자(投子) 스님과 조주 스님이 만났을 때 조주가 물었다. "투자산 움막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투자가 말했다. "용돈이나 주시오!"

조주가 먼저 움막에 와서 앉아 있는데, 저녁 때 투자가 기름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조주가 말했다. "투자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건만, 내 눈엔 기름장수 늙은이만 보이는구려."

투자가 말했다. "당신은 기름장수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모르는군요."

조주가 말했다. "어떤 것이 투자요?"

투자가 기름병을 쳐들고 말했다.

"기름이요, 기름!"

 

한 번은 죽은 승려의 장례를 치르면서 조주가 말했다.

"수많은 죽은 자들이 산 사람 하나를 보내는구나!"

 

 

원문 이해

"용돈이나 주시오."

= "조주 당신은 위대한 스승이므로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어도 당신은 당신 앞에 서 있는 투자를 볼 수 있다. 대답은 당신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알아보듯이 당신은 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질문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당신을 모욕할 생각이 없으니 용돈이나 주고 가시오. 나는 가난한 선사요."

"기름이요, 기름!"

= 이 순간 투자는 없다. 다만 기름병이 있을 뿐이다. 투자에 관한 한, 그는 부재(不在)한다. 그는 텅 빈 공(空)이다.

"아침에 당신이 왔을 때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래서 당신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되어도 불을 밝힐 기름 조차 없다. 나는 기름장수가 아니다. 나는 마을에 내려가 이 기름을 구걸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내게는 기름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다."

 

 

"수많은 죽은 자들이 산 사람 하나를 보내는구나!"

= " 이 이상한 행렬을 보라. 산 사람 하나를 따라서, 산 사람은 관에 누워 있는데 수많은 시체가 그 뒤를 따르는구나!"

※ 죽은 사람은 스승이었다. 그리고 스승은 죽었을 때조차 살고 있는 그대보다 더 살아 있다. 스승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것이 그를 스승(깨달은 사람)으로 만든 비밀이다. 그는 죽음이 없음을 안다. 그는 영원성을 획득했다. 그의 깊은 곳에는 영원 불멸성이 깃들어 있다. 그의 몸은 태울 수 있지만 그의 영원성은 태울 수 없다.

 

※ 그의 영원성

= 그는 자신의 육체가 죽어가는 것조차 지켜보는 주시자이기 때문에 몸은 죽지만 지켜보는 주시자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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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어느 날, 조주가 선원에서 신참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조주가 한 승려에게 물었다. "그대는 여기 온 적이 있는가?"

승려가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차 한잔 들게나"

그 다음에 조주는 다른 승려에게 물었다. "그대는 여기 온 적이 있는가?"

승려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차 한잔 들게나"

원주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전에 여기 온 적이 있는 사람에게 차 한잔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여기 온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차 한잔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조주가 큰 소리로 불렀다.

"원주!"

"예"

"차 한잔 들게나"

 

원문 이해

"그대는 깊은 명상에 든 적이 있는가?" = "지금 여기 있는가?"

"저는 줄곧 여기에 있어 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아직도 그대 자신이라고 알고있는 에고가 있는가?"

"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에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 조주 스님이 원주에게 큰 소리로 부른 이유는, 원주를 깨우고자 함이었다. 즉, 무의식 상태에서 의식 상태로 깨어나게 하고자 했다. 갑자기 부름을 받으면 잠시 동안 생각이 멈춘다.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연속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므로 연속성을 끊어 마음의 작용을 막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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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한 승려가 조주 스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조주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승려가 대답했다.

"불법을 배우러 행각을 떠납니다."

조주가 말했다.

"붓다가 있는 곳엔 머물지 말고 붓다가 없는 곳엔 재빨리 지나가라. 어느 누구에게도 불법을 전하려 하지 마라."

승려가 말했다.

"그렇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안녕, 잘 가게."

 

 

 

원문 이해

조주 스님이 볼 때는 이 승려는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자기 앞에 있는 조주, 살아 있는 붓다를 보지 못하는 승려가 어리석게 보인다. 분명히 조주 스님은 '여기 남으라, 내가 바로 그대가 찾는 붓다이다'라고 말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붓다가 있는 곳엔 머물지 말고 붓다가 없는 곳엔 재빨리 지나가라. 어느 누구에게도 불법을 전하려 하지 마라." 라고 말한다. 즉, 이말은 "붓다 이상의 붓다가 되어라 죽은 붓다에 머물지 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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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한 승려가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세상이 무너져도 이 본성은 괴멸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본성'이란 무엇입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4대(大)와 5온(蘊)이다."

승려가 다시 물었다.

"그것 또한 괴멸되는 것입니다. 괴멸되지 않을 이 '본성'이란 무엇입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5온(蘊)과 4대(大)이다."

 

 

 

 

 

원문 이해

불교에 따르면, 이 세상은 사대오온(四大五蘊) 즉, 네 가지 성분과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지금 조주는 터무니없는 대답을 하고 있다. 사대오온은 세상을 이루고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주가 말하고 있는 내용은 말 뒤에 숨어 있다. 조주는 '이 사대오온을 아는 주시자'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그는 주시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단어도 실제로는 주시자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주 스님의 대답은 이런 뜻이다.

"세상이 멸망해도 주시자는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사대오온을 주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면 이 사대오온을 주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주시하는 자가 말해질 수 없는 붓다의 본성이다."

"그대의 육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그대의 본성이며 이것이 곧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다. 즉 그대의 육체는 죽지만 그 죽음을 지켜보는 주시자는 죽지 않는다. 그 주시자가 바로 그대의 본성이다."

※ 4대 : 육체를 구성하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네 성분

※ 5온 : 존재를 구성하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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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한 승려가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당신의 가풍(家風)은 무엇입니까?"

조주가 응답했다.

"나는 안에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며, 밖에서 아무 것도 구하지 않는다."

 

 

 

 

 

 

 

 

 

 

원문 이해

"당신의 스승 계보가 가지고 있는 뼈대가 무엇입니까?"

"안에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빈 가슴이 있을 뿐이며, 밖으로는 아무 욕망도 없다." - 무심, 청정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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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천명 만명 모두가 부처를 찾는 무리들뿐 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 세계가 있기 전에도 이 '자기 본성(self-nature)' 은 있었으며, 세계가 무너져도 이 본성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제 나를 본 다음에는 그대는 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공일 따름이다. 그러니 밖에서 다른 것을 찾은 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원문 이해

"많은 사람들이 부처를 찾는 무리들 뿐 정작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구나. 이 세상이 있기 전에도 이 '자기 본성(self-nature)'은 있었으며 이 세상이 없어져도 이 본성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나를 본 사람은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대 중심으로 들어가 그 주인공과 만나라. 밖에서 아무리 다른 것을 찾아봐도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것일 뿐." 그대 중심에 있는 그 주인공이 바로 부처다. 그대가 바로 부처가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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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조주 스님은 한때 이렇게 말했다.

"사방 굴뚝에서 연기가 일지만 나는 부질없이 바라보노라/

만두와 찐떡도 작년에 이별하였고

오늘 생각해 보니 공연히 군침만 도는구나.

불교를 생각함도 없이 한탄만 잦구나.

백 집을 뒤져봐도 좋은 사람 없어라.

찿아오는 사람은 오직 차를 마시겠다고 하는데

차를 마시지 못하면 화를 내고 가버린다."

 

 

 

 

 

 

 

 

원문 이해

"내가 사는 산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을의 굴뚝들에서 연기가 일지만 제대로 잘 익은 사람 하나 없구나.

잘 익은 사람들은 작년에 이별하였고

백집을 뒤져봐도 깨우친 사람 하나 없구나.

나는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내면에 엄청난 기쁨을 줄 수 있건만 찿아오는 사람은 오직 차를 마시겠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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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조주 스님이 남전선원(南泉禪院)에 처음 들어간 후 승당(僧堂)에서 노두(爐頭)를 맡았다.

어느 날, 그는 승당 문을 잠그고 불을 피워 연기가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불이야, 불이야! 사람 살려 줘!' 하고 소리쳤다.

대중이 문 앞으로 달려가자 조주가 말했다.

"옳은 말을 내놓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겠다."

대중에게서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런데 남전 스님이 창문으로 열쇠를 던져 넣으니 조주는 즉시 문을 열고 나왔다.

 

 

 

 

 

 

원문 이해

이 선화는 남전 스님과 조주 스님 처럼 깨달은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즉각적인 통찰력을 보여준다.

조주 스님이 '불이야, 불이야! 사람 살려줘" 하고 소리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탐욕과 분노, 질투로 불타고 있다. 이와 같은 심리적인 불은 계속해서 새로운 고통과 상처를 만들어 낸다.

"탐욕과 분노, 질투로 불타고 있는 마음을 없앨 수 있는 옳은 답을 내놓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고 죽어버리겠다."

아무도 옳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남전 스님 처럼 깨달은 사람은 언제나 훌륭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무슨 옳은 답이 필요하겠는가? 우선 불타고 있는 승당안의 조주 목숨부터 살리는 것이 옳은 답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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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조주가 남전을 보기위해 방으로 들어갔는데 남전이 누워 있다가 조주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조주가 대답했다.

"서상원(瑞像院 : 상스러운 형상을 가진 절)에서 왔습니다."

"여전히 상스러운 상을 보고 있는가?"

"성스러운 모습은 보지 못합니다만, 누워 계신 여래(如來)는 봅니다."

그러자 남전이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대는 주인 있는 사미(沙彌)인가, 주인 없는 사미인가?"

"주인과 함께 있습니다"

"그대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른 봄이라 날씨가 춥습니다만, 스님께서 잘 계시니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남전이 유나(維那)를 불러 말했다.

"이 사미승을 특별히 대접하도록 하여라.

원문 이해

남전 스님이 조주 스님을 처음 만나보고 조주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상징적인 질문을 한다.

"그대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오래전 서상원이라는 절의 승려였습니다."

"그 절에는 아주 상스러운 불상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그 상스러운 불상을 보고 있는가"

"그 상스러운 불상은 보지 못합니다만 지금 제 앞에 누워 계시는 부처님은 봅니다."

이 대답을 듣는 순간 남전은 보통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일어나 앉으며 또 묻는다."

"그대는 스승이 있는가? 없는가?"

"스승님과 함께 있습니다"

"그대의 스승은 누구인가?"

"초봄이라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스님께서 이렇게 건강하게 잘 계시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사미승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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