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모든 가르침은 쓸모없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장자가 대답했다.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쓸모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땅은 넓고 광활하다. 그러나 그 넓은 땅에서 사람은 다만 그가 그 시간에 우연히 서 있는 적은 부분의 땅만을 사용한다.

이제 그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는 땅을 모조리 빼앗아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그래서 그의 발 주위에 온통 깊은 심연만이 입을 벌리고 있고 양쪽 발바닥 아래를 제외하고는 아무 데도 단단한 곳이 없으며 그가 다만 허공 속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

과연 얼마나 오래 그가 사용하고 있는 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있을까?"

혜자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그가 딛고 서 있는 땅도 곧 아무 쓸모가 없게 되겠지요." 장자가 결론지어 말했다.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의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그것에 있다." 

원문 이해

 

삶은 변증법적이다. 그래서 삶은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에 있어서는, 반대되는 것은 정말로 반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그 자체 속에 반대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삶에 있어서는, 반대되는 것은 정말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호 보완적이다. 그것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 이를테면 삶은 죽음 때문에 존재한다. 죽음이 없다면 어떤 삶도 있을 수가 없다. 죽음은 끝이 아니며, 결코 삶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죽음 때문에 삶이 가능해진다. 죽음은 끄트머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순간은 자체의 삶과 죽음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가 불가능하다.

변증법적인 삶의 원리를 이해할 때만이 장자를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도의 전체 시각은 반대되는 것들의 상호 보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말한다.                            

 

만일 쓸모없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쓸모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쓸모없는 것, 재미와 장난을 거부한다면 어떤 일도, 어떤 작업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을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사회 전체가 쓸모있는 것만을 너무도 강조하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집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느냐고 물으면, 그대는 벽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장자라면, 그의 스승 노자와 마찬가지로, 집은 벽이 아니라 문과 창틀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다른 부분에 있다. 그들은 말한다. 벽은 쓸모가 있다고. 그러나 그 벽의 쓸모있음은 그 뒤에 있는 쓸모없는 공간에 의존하고 있다. 방은 공간이지 벽이 아니다. 물은 공간은 무료이고, 벽돌은 돈 주고 사야만 하는 것이다. 집을 살 때 그대는 무엇을 사는가? 벽돌, 물질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산다. 하지만 그대는 그 물질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벽 속에서 살 수 있는가? 방에서, 그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대는 배를 사지만 그 비어 있음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집은 무엇인가? 벽돌로 둘러싸인 허공이 곧 집이다. 그리고 문은 무엇인가?                     

문이란 그것에 아무것도 없음을, 벽이 없음을, 비어 있음만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이 없으면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 창문이 없으면 햇빛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며, 바람도 불어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집은 무덤이 될 것이다.

장자는 말한다. 집은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하나는 벽과 물질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벽들에 의해 둘러싸인 빈 공간이다. 벽과 물질들은 시장성이 있고 실리적인 것인 반면에 그것들에 둘러싸인 빈 공간은 돈으로 살 수 없고 팔 수도 없으며 경제적 가치를 갖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비어 있는 공간을 팔 수 있는가? 하지만 그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살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벽 속에서 산다면, 그는 미쳐 버릴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애쓴다. 삶에서 실리적인 것만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아이가 놀고 있으면 그대는 말한다.

"그만 해라. 넌 무엇을 하고 있니? 이건 쓸데없는 짓이다. 뭔가 유익한 것을 해라. 배우고, 읽고, 적어도 숙제를 하든지 뭔가 유익한 것을. 돌아다니지 말라. 방랑자가 되지 말라."                        

만일 한 아이에게 계속 그렇게 가르친다면 서서히 그 쓸모없음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단지 쓸모있게만 될 것이다. 한 인간이 단지 쓸모있게만 될 때, 그는 죽어 있는 것이다. 그를 써 먹을 수는 있다. 그는 이제 기계적인 사물, 수단이며, 그 자신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무엇인가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진정한 그대 자신이 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즐기기 위해 그리는 것, 단지 즐거움을 위해 정원을 손질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순수한 기쁨을 위해 해변에 누워 있는 것, 친구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것들을 할 시간에 많은 일을 행할 수 있다. 가게나 시장에 나가 생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도 있다.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 그 순간들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은행 잔고를 늘릴 수 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시간은 돈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오직 시간의 한 가지 사용법만을 알 뿐이다. 시간을 어떻게 더 많은 돈으로 바꾸는가 하는 한 가지만을. 마침내 그들은 내면이 완전히 황폐해진 채, 막대한 은행 예금과 함께 죽을 것이다. 내면적인 풍요란 쓸모없는 것을 즐길 수 있을 때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쓸모없음이란 그것을 순수하게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으로부터 얻는 이익은 없다. 다만 그 안으로 깊이 몰입해 들어갈 때, 그것은 그대에게 축복을 준다. 그러나 그대는 그 축복을 쌓아둘 수 없고, 그것을 돈과 바꿀 수 없다.

"당신은 어디에 사는가?"

"온 세상이 나의 집이며, 하늘이 나의 지붕이다. 난 어느 곳으로나 가며, 그곳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다. 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럼 당신은 어느 곳에 사는가?

"이 사람의 집 옆에."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아름다움을 준다. 그들은 향기다. 붓다는 방랑자였고, 마하비라도 방랑자였다. 이 사람, 이 방랑자는 하늘이 그의 지붕이라고 대답했다. 그것이 곧 '디감베르' 라는 말의 의미다. 자이나교의 마지막 스승인 마하비라는 디감베르로 알려져 있다. 디감베르란 벌거벗은, 오직 하늘 이외에는 아무 옷도 입지 않은 것을 뜻한다. 그에게는 하늘이 지붕이며 옷이다.

                                

세상이 실리적으로 될 때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많은 것을 소유하며, 그리고 그 물건들에 집착한다. 그러나 그 내면은 상실된다. 아무런 외부의 긴장도 없을 때, 그대가 어느 곳으로도 가지 않고 다만 쉬고 있을 때만 내면은 꽃피어나기 때문이다. 그때만 내면은 꽃피어난다.

키에르케고르는 썼다.

"나는 신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내가 신 앞에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침묵해야만 한다. 말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신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한단 말인가? 신은 전지전능하다. 그는 모든 것을 안다. 그러니 내가 그에게 말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난 여러 해 동안 신에게 말해 왔다. 그리고 문득 그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난 말하기를 멈추었다. 난 침묵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침묵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 그것은 듣는 것이었다. 처음엔 말을 했고, 그 다음엔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리고 나서는 듣기 시작했다. 듣기 시작했을 때, 그때 처음으로 기도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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