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이 찾아 온 후로 그 많던 욕심도 버릴 수 있었다. 길고 긴 겨울밤이 이렇게 조용했던 적은 처음이다. 어둠의 소리마져 들릴 정도다. 예전에는 온갖 잡다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소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각들이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이번 설 명절에 친지들을 만났다. 남양주에 사는 작은 처재의 얼굴 빛이 안좋아 보였다. 학원 운영에 지쳐서 그렇다고 했다. 하루종일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작은 처재는 좀 욕심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하다. "내 몸을 위해 물 한 잔 마실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불치의 병이라도 생기면 돈이 무슨 소용 있느냐" 라고 했다. 내 말이 느낌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돈이 결코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건희도 스티브잡스도 가진 건 돈 밖에 없었지만 건강을 지켜주지 못했다. 불치병에 걸리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에 대한 욕망이 생기면 존재가 지칠 수 밖에 없다. 부는 곧 착취이기 때문이다. 빼앗기 위해서는 온갖 생각을 해야 한다. 그 수많은 생각들로 인해 존재가 지치는 것이다. 

생각을 제거하면 존재가 평안하게 되고 부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게 된다. 생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솟구쳐 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멀리서 구경하듯 지켜보아야 한다. 생각은은 본래의 나(참나)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지켜보다 보면 차츰차츰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찰나의 순간 순간 지금여기에 존재함을 잊을 때 생각이 쳐들어 온다. 놓친 순간 바로 지금여기로 돌아와야 한다. 생각이 들어올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하루 24시간 빈틈 없어야 한다. 지금여기 존재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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