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가 다양하게 들리는 아침이다. 겨울 내내 새벽 산책길에서 마주친 새는 딱새가 유일했다. 요 며칠 새 뻐꾸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뿌꾹 뿌꾹 뿌꾹 뿌꾹 뿌! 계곡물 소리는 어느 때 보다 힘차다. 졸졸졸! 똘똘똘! 자연의 소리를 글로 표현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그저 가슴으로만 그 느낌이 전해질 뿐.......

 

이 세상 만물 중 어느 하나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계절도 변하고, 하늘도 변하고, 나무도 변하고, 꽃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미움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집도 변하고, 돈도 변하고, 권력도 변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변화하는 것들에게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돈에 집착한다. 그러나 돈은 변한다. 영원한 부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영원한 부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아름다움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옛말에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랑도 그렇고 미움도 그렇다. 오늘 사랑했다가 내일 미워지기도 한다. 금방 싫다가도 또 좋아진다. 이 간단한 사실을 알지 못해 날마다 연인간, 부부간의 불행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제의 그 사람 또한 오늘의 그 사람이 아니다. 참으로 우스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다만 그 미미한 변화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붓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사람이 붓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붓다가 얼굴을 훔치면 말했다. "더 말할 것이 남았는가?" 이 사람은 당황했다. 이런 식의 반응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붓다를 찾아왔다. 그는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무엇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그가 찾아와 붓다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저를 용서하십시오." 하고 말했다.

붓다가 말했다.

"이제 누가 그대를 용서한단 말인가? 그대가 침을 뱉었던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침을 뱉었던 그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용서한단 말인가? 잊으라.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일은 끝났다. 양쪽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죽었다. 어제의 그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대도 새로운 사람이고 나도 새로운 사람이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 모든 것이 움직인다. 아무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집착하는 순간 실체를 놓친다. 실체는 변하는데 그것을 고정시키려고 하는 집착이 문제다.

 

삶은 변화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삶의 법칙을 깨우쳐야 한다. 그러면 지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이 세상의 것들과 진짜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을 버려야 하고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직업과 위치가 진짜 자신인 것처럼, 지금의 이름이 진짜 자신인 것처럼, 지금의 권력이 진짜 자신인 것처럼 동일시 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본질적인 자신이 아닌 비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본질적인 자신(본성, 참나)은 어디에 있는가? 그 자신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면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세상, 즉 비본질적인 것에 돌렸던 눈을 내면 세계로 돌려야 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내면으로 내면으로 향하는 열정이 있으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은 지금까지 묻고 물었던 그 사람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물었던 바로 그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참나(본성)는 안다. 이 세상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쉽게 동일시와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순간 엄청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어떤 말이나 글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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