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앙상했던 가지에 연두빛 여린 잎이 피어난다. 그 모습이 꼭 뭉게구름 같다. 이산 저산 온 산이 연두색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 하다. 내일이면 청명이고 보름이며 모레는 한식이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 된다. 청명이 되면 비로소 봄밭갈이를 한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속신이 많다.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친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이날 바람이 불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파도가 세게 치면 물고기가 흔하고, 날씨가 맑아도 물밑에서 파도가 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날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農作物)에 풍년(豊年)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農事)에 시원치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청명에 나무를 심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 이날 성묘(省墓)를 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고 믿는다. 또 이날은 손이 없기 때문에 묘자리 고치기, 비석 세우기, 집 고치기를 비롯해 아무 일이나 해도 좋다고 한다.]
어제 아침 산책 후에는 갑자기 몸이 안 좋았다. 일 년 동안은 큰 아픔이 없었다. 그래서 몸이 거의 완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다 낳았다고 기쁜 나머지 너무 많이 먹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많이 섭취했고, 귀찮다는 이유로 전자파의 힘을 빌린 것이 큰 잘못이었다. 자연과 멀어진 행위를 한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 번쩍 깨어났다. 자연님에게 잘못을 빌었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나 인공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연님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옷에 둘러싸여 있다. 나무와 숲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하고 추한 시멘트 구조물에서 살아간다. 흙이 아니라 콜타르나 시멘트로 덮힌 길을 걷는다. 자연이 주는 맛과 향과 색이 아니라 석유에서 변형시킨 것들에 길들어졌다. 오늘날 인간은 인공적인 세상을 만듦으로써 스스로 자연과 단절되었다. 뿌리를 잃은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불행의 기본 원인 중 하나다. 다시 따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여기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는 자연을 다시 불러 들여야 한다. 만약 아무도 없는 산골에 산다면 날씨가 허락할 때마다 옷을 다 벗고 지낼 필요가 있다. 알몸으로 자연에 안기면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뭔가 모를 새로운 힘이 용솟음 친다. 자주 나무와 숲이 있는 곳을 찾고, 맨땅을 걷고 자연이 키운 식재료들을 먹어야 한다.
강가에 앉아 있는 것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영장에 앉아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수영장에는 생명력이 없다. 수영장 물은 죽어 있다.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산이나 강, 나무와 숲이 있는 곳에서는 생명력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편리 하다고 전자레인지로 데운 밥과 직접 불을 지펴 지은 밥은 전혀 다른 맛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밥은 죽은 밥이다. 고온에서 고압을 가해 만든 밥이다. 원래 쌀이 가진 영양소들을 다 파괴시켰다. 이렇게 만든 밥은 오래 동안 썩지 않을 뿐이다. 전자레인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는 고스란히 밥에 스며든다.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두껑에서 녹아 나오는 화학물질 또한 밥에 스며든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식품들, 이름하여 가공식품이라고 하는 식품들은 모두 죽은 식품이다. 식품이 가진 본래의 기능은 무시한 채 오로지 모양과 색과 맛을 내고 오래 동안 썩지 않게 하기 위해 온갖 사기를 다 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온 고압으로 처리를 하고, 인공적(화학 합성법)으로 만들어진 맛과 향과 색은 물론 방부제까지 넣는다. 식품 뿐만이 아니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모든 영역에 골고루 뿌리를 내렸다.
오늘날 수많은 육체적 질병과 의식적 질환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이나 의술이 발달한다 해도 늘어나는 질병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다시 자연을 불러 들여야 한다.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이해해야 한다. 시간을 내서라도 자연과 가까이 해야 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힘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연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 밭두렁에서 캐 온 쑥을 솥에 넣고 천천히 덖는다. 그 향기가 온 몸을 편안하고 평화롭게 한다. 덖을 때 느껴지는 그 전율은 온 몸을 따뜻하게 한다. 다 덖어진 차를 그늘에서 말린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쑥 차 한 잔을 마신다. 자연님의 한 없는 자비를 느끼면서...........
'느낌한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 산을 연두색 물감으로 툭툭 찍어 놓았네 (0) | 2023.04.10 |
---|---|
바위 틈에 핀 산철쭉꽃 너는 어디서 왔는가 (0) | 2023.04.06 |
봄꽃이 오고 가지만 하늘은 변함이 없구나 (0) | 2023.03.30 |
목련꽃이 연못에 풍덩 지켜볼 뿐 수련화를 (0) | 2023.03.27 |
희고 노랗고 붉은 비가 산촌 마을을 적신다 (0) | 2023.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