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도_14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라

slowmrlee 2019. 7. 18. 10:10

원문

 

주머니가 적으면 큰 물건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을 길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옛날에 바닷새 한 마리가 노나라 수도의 교외에 날아온 적이 있었다.

왕은 그것이 상서로운 징조라 해서 성대한 환영회를 베풀라고 명령하고 바닷새에게 종묘의 술을 마시게 하는가 하면 음악가들을 불러 순임금 시절의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그뿐 아니라 여러 맛있는 짐승 고기까지 대접했다. 그러나 이 소란스런 잔치에 놀라 불행한 바닷새는 슬픔 속에 죽고 말았다.

새는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인간의 입장에 따라서? 또는 새의 입장에 따라서?

새는 깊은 숲속에 둥지를 틀고 들판과 물가를 자유롭게 날아야 하지 않을까? 강이나 호수 위를 떠다니면서 미꾸라지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때로 다른 물새들과 줄지어 날다가 갈대 끝에 앉아 한가롭게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거나 사람의 소리를 듣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어찌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지 않겠는가? 그들은 음악으로 바닷새를 죽인 것이다.

물은 물고기를 위한 것이고 공기는 인간을 위한 것이다. 본래 성품이 각자 다르니 필요한 것도 다르다.

그러기에 옛 현자는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았다.

 

원문 이해

 

고정된 인간의 본성이란 없다. 인간 개개인마다 그 본성이 다르다. 모든 개개인이 그 자신 하나의 우주다. 그대는 어떤 일반적인 규칙도 만들 수 없다. 일반적인 규칙이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

이것을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걷는 이 길에는 그대가 규칙에 집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단 규칙의 희생자가 되면 그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대는 누구인가?             

오로지 완전한 자유 속에서만 자신을 알 수 있다. 규칙은 곧 감옥이다. 누구도 그대에게 맞는 규칙을 만들 수 없으므로 그것들은 감옥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그 규칙들을 통해 진리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경우다. 저마다 본성이 다르다. 그것들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그대 역시 그것에 적합하진 않다.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해가 유일한 규칙이 되게 하라. 진정한 이해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라. 단, 외부의 규칙을 따르지 말라. 규칙은 죽은 것이고, 이해는 살아 있는 경험이다. 규칙은 감옥이지만 이해는 무한한 하늘, 무한한 공간을 준다.

어떤 것을 이해하면 그것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피가 되고, 뼈가 된다. 그대 자신이 된다. 그대가 하는 모든 행위는 그 이해를 통해 행해질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규칙은 의식적인 것이고, 이해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그리고 장자는 언제나 무의식적인 것을 찬성한다. 도의 모든 전통이 무의식적인 것을 찬성한다. 규칙을 강요하지 말라. 오직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자신에게 규칙을 강요할 때 그대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다.

내면에서는 늘 무지하면서 외부적으로만 화려하게 치장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이해이지 규칙이 아니다. 책과 경전과 규칙을 통해서는 이해가 아니라 지식을 얻을 뿐이다. 각각의 인간이 다르다. 남자는 여자와 다르고, 개개인은 또 저마다 다르다. 뿐만 아니라, 그대는 날마다 다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내일은 또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더없이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규칙이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깨어 있을 때 어떤 규칙도 필요 없다. 규칙을 따르지만 그대는 규칙이 필요 없음을 안다. 그대는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초월하여 한 사람의 구도자가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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