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딸이 보내온 향촛대 자꾸 향을 피우게 하네

slowmrlee 2022. 2. 27. 14:44

오늘 육십 번째 생일이다. 딸이 보내온 향촛대에 향을 피우니 암벽을 타고 흐르는 연기가 꼭 폭포수 같다.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 들어 자꾸 향을 피우게 만든다. 멍때리기에 참 좋은 물건인 것 같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이까지 거의 다 빠졌다. 겨우 한 개 남았던 어금니 마저 한 달전에 없어져 지금까지 죽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다. 며칠 후면 맞춰놓은 틀니가 나온다. 그러면 씹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동안 매 끼니 때마다 찹쌀죽, 호박죽, 야채죽 등 먹기에 좋도록 갈고 어깨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각시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살랑거리는 대나무는 색이 점점 짙어지고 나무가지는 새싹 틔울 준비가 한창이다. 가파른 산을 타고 내려온 고라니는 밭 주인의 기침 소리에 놀라 큰 뜀박질로 사라진다. 찌이익 짹 소리내며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뱁새의 몸놀림이 가볍다. 꼬리를 흔들어 딱딱 거리며 다가올듯 말듯하는 딱새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설레게 한다. 양지바른 곳에는 분홍색 풀꽃이 아침 해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듯 하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저 연약한 풀꽃이 신비롭기만 하다. 작고 보잘것 없는 풀이 어떻게 겨울을 이겨 냈는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모두가 부럽다. 다시 젊음을 되찾고 있는 대나무, 힘이 넘치는 고라니, 재빠른 몸놀림을 자랑하는 작은 새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여린풀이 부럽다. 몸 절반이 자유롭지 못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몸과 자꾸 비교가 된다. 

 

그러나 이 정도 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약간 엉성하지만 걸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다. 정말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몸을 느리게 만든 이유를 알았다. 자꾸만 앞을 향해 달려가는 생각과 마음을 내려놓고 고요한 침묵 속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깨우쳐 주었다. 지금 여기에는 각종 보물이 다 있어어떤 것도 부러울 게 없다. 젊음도 활력도 아르다움도 모두 다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니 비교할 필요도 없고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아! 참 좋다.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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