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꽃에 대롱대롱 떨어질까 떠는 봄비여
[명자꽃에 대롱대롱 떨어질까 떠는 봄비여] - 명자꽃에 매달린 봄비 방울을 보고 그 느낌을 표현한 17자 짧은 시
명자꽃에 대롱대롱 매달린 봄비 방울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가까이 다가가 쳐다보니 그 속에 또다른 우주가 들어있다. 내 얼굴도 있고 막 피어나는 찔렛닢도 있고 소나무도 있고 하늘도 있다. 떨어질듯 말듯 하던 순간 톡하고 떨어져 버린다. 몸을 길게 늘어뜨리는 걸 보니 몹시도 떨어지기 싫었던 모양이다. 봄비도 가는 봄이 아쉬운가 보다.
며칠 째 비가 올듯 말듯 하더니 어제 초저녁 잠깐 비가 내렸다. 비가 오기 전 온 몸이 쑤시고 저렸다. 지병이 있어서인지 특히 민감하게 느낀다. 둥근 몽둥이를 방바닥에 놓고 온 몸을 비벼도 시원치가 않다. 그렇게 쑤시고 저리던 몸이 비가 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졌다.
오늘 아침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떠 오르는 태양이 우울했던 기분을 풀어준다. 문 밖을 나서니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는다.
며칠 간 보지 못했던 지리산 능선도 선명하게 보인다. 산의 색이 점점 변하고 있다. 회색빛은 사라지고 불그스럼한 빛으로 물들고 있다. 나뭇닢이 푸르기 전에는 붉은 빛을 띤다. 새싹을 감사고 있는 주머니가 붉은 색이기 때문이다.
오늘 따라 새들도 요란하다. 대나무 숲 마다 휘파람새들이 아름다운 곡조를 읋어댄다. 휴우우 휙, 휘파람새의 소리를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들어보지 않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후투티는 후후후 소리를 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또 다른 후투티 한 마리가 나타난다. 뒷 머리에 깃털이 뾰족하게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후투티라고 소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들어봐도 후후후라고 한다. 어떻게 후투티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하다. 딱딱딱 거리는 딱새소리, 딱새가 꼬리로 내는 소리다. 꼬리를 아래 위로 흔들면 딱딱딱 소리가 난다. 입으로는 찌익찌익 거린다. 입 보다는 꼬리로 소리를 낸다. 친화력이 좋아 조금만 노력하면 가까워질 수 있는 새다. 땅콩을 손에 쥐고 가만히 있으면 먹이를 채 간다.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해야 먹이를 가져간다. 조금만 다른 마음을 먹어도 금방 알아채고 오지 않는다. 까악까악 소리 지르며 높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까마귀떼, 이 까마귀들은 아침에 비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수리와 같이 하늘 높이 떠서 먹이를 찾는다. 먹이를 발견하면 먹이 주위 나무에 앉아 까악까악 거리는데 그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다. 또한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부정적인 교육을 받은 탓이리라. 은행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부부, 이른 봄에 앙상한 은행나무 가지에 집을 지었다. 브이자 형으로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에 지어 안전해 보인다. 그런데 집은 좀 엉성한 것 같다. 나뭇가지들로 이리저리 엮다시피해서 바람이 숭숭 들어갈 것 같다. 매일 아침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장꿩 소리, 이 장꿩은 목소리가 크고 강해서 갑자기 울면 깜짝 놀랜다. 집 나간 정신을 돌아오게 하는데는 이 놈 소리보다 좋은 게 없다.
자연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과연 나만의 길을 가고 있을까? 어떤 것에도, 어떤 누구에게도 간섭 받거나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길을 가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