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에 걸친 해는 맑고 깊은 물속이어라
낮에는 단 몇 초도 해를 마주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산 능선을 타고 오르는 아침 해는 제법 오랫동안 눈맞춤 할수 있다. 가만히 지켜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무색의 텅 빔 속에 빠져들다 보면 의식(본성, 본래 나) 또한 맑고 순수해진다.
공기는 시리지만 볕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늘 드디어 동장군이 물러날 모양이다. 며칠 째 밀리던 춘장군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그 기세로 보아 동장군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춘장군의 후방을 맡고 있는 제비 부대와 휘파람새 부대의 함성 소리가 점점 커지고 가마우지 부대는 동장군의 철수 명령에 따라 북으로 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 순간이 생의 마지막인 양 살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온갖 생각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걸음걸이 중에도, 앉아 있는 동안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잡다한 생각에 빠져들고 만다. 온전히 제대로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들숨과 날숨과도 같이 하지 못한다. 숨소리를 듣고 느낌과 동시에 어떤 생각에 빠져들고 만다. 숨쉬는 것 조차 모르고 산다.
무엇 때문에 숨소리 조차 듣지 못하고 사는 것일까?! 뭔가에 빠져 있거나 홀려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추억에 빠지거나 다가올 환상에 홀려 있다. 들숨과 날숨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는 과거나 미래가 끼어 들 틈이 없다. 그러므로 호흡과 함께 하는 것이 지금 여기, 즉 현재에 사는 것이다.
가장 평범한 것에 온전하고 완전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앉고, 서고, 걷고, 잠자고, 바라보고, 일하고, 말하고, 들숨과 날숨에 깨어있는 것이야 말고 극락이요 천국이다. 미래는 지평선을 잡기 위해 달려가는 바보의 길이다. 절대 닿을 수 없다. 닿은 듯 하면 또 멀어지고 잡은 듯 하면 또 달아나기 때문이다. 그토록 바라는 부와 권력과 명예가 이와 같다. 손에 쥐고 나면 더 바라게 되는 것이 부와 권력과 명예인 것이다. 아무리 움켜 지어도 부족하다. 죽어야 끝이 난다. 그러나 죽을 때 절대 가져갈 수 없다. 이것이 핵심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깨어있는 의식 뿐이다. 부와 권려과 명예 등 비 본질적인 것들은 절대 가져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비 본질적인 것들에 너무 매몰 되면 안된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과 권력과 명예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깨닫기만 하면 비 본질적인 것에 목숨을 거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 순간 깨어있음, 이것이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