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약비 소리에 몸도 마음도 바쁜 농부의 봄날

slowmrlee 2022. 3. 18. 11:42

약비가 내린다. 올해 들어 두 번째 내리는 봄비다.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농부만이 아니다. 산천초목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도 마찬가지다. 빗물 머금은 매화는 그 색이 더 진해 보인다. 연못가 버들나무 가지에는 연두색 어린 잎들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오두막 담벼락 모퉁이에는 노오란 수선화가 빗물을 가득 머금은 채 인사를 한다. 감나무 가지위에는 후투티 한 마리가 후후후 후후후 거린다 . 갑자기 나타난 다른 한 마리와 함께 어디론가 재빨리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짝을 찾는 소리였나 보다. 길 건너편 밭에는 노루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밭 한 가운데를 왔다갔다 한다. 배가 몹시 고픈가 보다. 풀을 뜯어면서 계속 주위를 살핀다. '야, 노루야 밭 주인이 오기 전에 빨리 산으로 가.' 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할 것만 같다. 대숲에서 꿩꿩하는 꿩 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봄비에 홀렸나 보다.

꽃에 홀리고 새 소리에 홀리고 물 소리에 빠지고 바람 소리에 빠지고 봄비에 홀리고 자동차에 홀리고 집에 홀리고 돈에 홀리고 권력에 빠지고 명예에 홀리고 사랑에 홀리고 게임에 빠지고 도박에 빠지고, 늘 무언가에 홀리고 빠져 산다. 이런 것들은 모두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지게 마련이다. 한 번 지나간 바람과 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 멋진 자동차와 집은 계속해서 또 다른 모델이 나온다. 돈은 있다가 없어지고 권력과 명예는 빼앗기기 마련이다. 어느 것 하나도 영원한 것이 없다. 

영원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은 것에 집착하고 욕심내면 근심과 걱정이 뒤따른다. 아름다운 꽃이 시들까 걱정한다. 멋진 자동차와 집이 부서지고 상할까, 누가 훔쳐갈까 걱정한다. 사랑이 변할까 근심한다. 권력이나 명예를 잃을까 걱정한다. 모두가 걱정과 근심 뿐이다. 이래서야 무슨 삶의 의미가 있을까!

영원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이 자연의 섭리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인간이나 과학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불행한 삶이 될 수 밖에 없다.

영원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자. 모양과 형상을 가진 것은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집착하지 말자. 꽃도 물도 바람도 소리도 자동차도 집도 사랑도 돈도 명예도 권력도 모양이고 형상이다.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에 반항하는 것은 죽음 뿐이다. 이 무서운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불행은 없을 것이다.

적은 것에 감사하자. 필요 이상의 것은 가지지 말자. 불필요한 것은 하나하나 비우자. 한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몸을 눕히고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에 고마워하자. 걸을 수 있음에 눈물이 난다. 내가 가진  부는 다른 생명체들의 희생임에 미안해 하자. 가진 부와 권력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말자. 굶지 않고 한끼라도 먹을 수 있으면 족하다. 가족과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작은 집 하나면 충분하다. 

오늘날과 같은 부동산 거품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터진다. 집착과 욕심을 거두고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모두 자연으로부터 뺏은 것이다. 이제 자연도 더 이상은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이 경고를 무섭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동안 뺏은 것들을 하나 둘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조금이나마 목숨을 연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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