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달아나는 봄이여 아 잡을 수 없음이
[자꾸만 달아나는 봄이여 아 잡을 수 없음이] - 달아나는 봄을 아쉬워 하며 지은 17자 짧은 시
산속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엇그제까지만 해도 불그스럼하던 산이 푸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 찔레나무는 그 푸르름이 진하다. 도토리 나무도 잎이 터지기 직전이다. 온 나무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일제히 잎을 틔우고 있다. 오는 줄 모르게 오고 가는 줄 모르게 가는 게 봄이다. 봄은 설레임으로 왔다가 아쉬움으로 간다.
잡을 수도 없고 멈추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세월이다. 지나간 세월은 언제나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로 남는다. 그것은 바로 순간 순간을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후회없고 아쉬움과 미련이 없으려면 그 때 그 때를 완전하게 살아야 한다.
봄에 피는 꽃들과 충분한 교감을 가졌다면 지는 봄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꽃을 대할 때 표면적인 모습만 본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다. 단순히 겉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양과 예쁜 색깔만 본다. 꽃은 아름답고 예쁘다는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다.
하나의 꽃이 피고 지는 과정 하나 하나룰 지켜볼 필요가 있다. 꽃봉우리가 생기는 시기와 기온, 꽃봉우리가 맺히는 과정, 꽃봉우리가 터지는 과정, 꽃잎의 갯수, 암술과 수술의 갯수와 모양과 색, 수정 과정, 수정 시 벌들의 행동, 꽃이 시들고 떨어지는 과정, 잎이 나오는 과정, 열매가 맺히는 과정, 열매가 익는 과정 등을 자세히 지켜 보면서 친구 사귀듯 해야 한다. 그러면 대화가 가능하다.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되면 설령 그 친구가 지금 당장 죽더라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꽃과 내가 한 몸이 된다면, 침묵으로 통하는 사이가 된다면 죽음 앞에서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삶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 과정 하나 하나를 잘 살아야 한다. 하나 하나를 아쉬움 없이, 미련 남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잘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