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첫 봄비 그릇 때리는 소리 정겨운 밤이어라

slowmrlee 2022. 3. 1. 11:17

드디어 첫 봄비가 내린다. 지난 여름 장맛비 이후로 처음이다. 그릇을 때리는 봄비 소리가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다. 너무 반갑고 설레여서 잠을 잘 수 없다. 또오옥 딱! 또오옥 딱! 봄비 소리가 새벽을 연다.

 

떨어지는 봄비에 얼굴을 내민다. 시원하고 상큼하다. 흠뻑 맞고 싶다. 거칠었던 피부도 촉촉해졌다. 영혼까지 촉촉해진 것 같다. 

 

마당 한 켠에서는 수선화와 백합이 땅을 헤집고 머리를 내민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색이 짙어지고 새들의 노래 소리 또한 경쾌하다.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 허물을 벗겨내고 새로 태어나게 한다. 

 

육체 뿐만 아니라 또다른 태어남에 대해 깊은 명상을 한다. 즉 본성(본래 나)을 되찾기에 정진한다. 본래 나인양 행세하던 가짜 허물을 벗겨내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는 자를 발견하고자 한다. 이 묻고 있는 자를 찾기 위해 매일 매일 명상한다.

 

본래 나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닿을만 하면 생각이라는 것이 가로막는다. 왠 생각들이 그리 많은지 명상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매 순간 순간을 생각의 노예가 되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생각을 단 일 분이라도 놓아 버릴 수 있다면 본래 나와 만날 것 같다. 

 

몸에 새살이 태어나듯 본래 나를 두껍게 덮고 있던 가짜를 벗어 던짐에 정진한다. 성도 버리고 이름도 버리고 욕심도 버림에 정진한다. 매 순간 순간 정진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 버리고 텅 빔이 되면 본래 나와 만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본래 나와의 만남을 이루는 그 날까지 정진하고 정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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