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가을 홍수가 밀어닥쳤다. 수천 갈래의 노도와 같은 물길이 황하로 밀려들었다. 강둑까지 물이 불고 강폭이 넓어져서 이쪽에서 바라보면 저쪽 강둑에 서 있는 것이 소인지 말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황하의 신' 은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시 손안에 들어온 것이라 여겼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물결을 따라 흘러내려가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는 헤알릴 수 없는 파도가 동쪽 수평선까지 무한히 이어진 것을 보고 놀라서 그만 말을 잊었다.
그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비로서 정신을 차린 그는 '바다의 신' 을 향해 한탄했다. "속담에 '겨우 백 개의 도리를 듣고는 천하에 자기만한 자가 없는 줄 안다' 는 말이 있는데 역시 그 말이 맞도다.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다. 이제서야 '넓다' 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구나."
바다의 신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여름 한철에만 사는 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철학을 논하는 자에게 삶의 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원문 이해
삶은 경험이지 이론이 아니다. 삶에는 해석이 필요 없다. 삶은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삶은 수수께끼가 아니라, 하나의 신비다. 수수께끼는 풀어야 하는 것이지만, 신비는 풀릴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신비는 그대가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 그대가 그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 자신이 신비 그 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삶은 의문이 아니다. 그냥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아무 물음표도 없이, 삶은 하나의 '공개된 비밀' 로 그곳에 존재한다.
삶은 하나의 초대이다. 그대는 손님이 되어 그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삶은 그대를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삶과 싸우지 말라. 삶을 해결하려고 고뇌하지 말라. 삶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삶과 하나가 되라. 그러면 그대는 삶을 알 것이다. 그 앎은 그대 존재로부터 나올 것이다. 그것은 지적인 추구가 아니다. 지적인 추구는 부분적인 노력일 뿐, 전체적인 것이 아니다.
삶은 그대가 존재 전체로 삶과 함께하기를, 삶과 함께 흘러가기를, 그리하여 삶과 하나가 되어 그대와 삶 사이에 아무 구분이 없고, 어디까지가 그대이고 어디부터가 삶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기를 바란다. 삶의 모든 것이 그대가 되고, 그대의 모든 것이 삶이 된다. 이것이 바로 구원이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구원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 첫 번째로 이해해야 할 것은 삶을 하나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삶을 문제로 받아들이면 그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이미 빗나간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 길은 막다른 골목이다. 그 길의 어느 지점, 어느 이론엔가 그대는 매달릴 것이다.
삶이란 규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삶은 모순 속에서 진행된다. 한 번 자신을 관찰해 보라. 이 순간 그대는 성인이지만 다음 순간 죄인이다. 그것이 왜 잘못이라도 생각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그대 자신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라. 그대 마음도 정반대 것으로 움직인다. 무척 행복했다가 갑자기 슬퍼진다. 어느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슬픔과 행복은 서로 다른 것인가? 아니면 똑같은 에너지가 행복으로 또는 슬픔으로 표현되는 것인가?
행복을 느끼던 그 사람은 누구이며, 이제 슬픔을 느끼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그대 안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똑같은 사람이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인가? 때로는 행복했다가, 때로는 슬퍼진다. 똑같은 에너지가 그렇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그 둘 사이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때 그대의 슬픔은 행복과 똑같은 가치를 지닐 것이며, 행복 역시 슬픔과 똑같은 깊이를 지닐 것이다.
장자는 말한다. 삶을 살라! 생각에 매달리지 말라! 진정한 앎에 도달한 사람들이 언제나 하는 말이 그것이다. 삶을 살라. 생각으로 삶을 낭비하지 말라.
생각을 버리고 존재 전체로 뛰어들어 삶을 살라. 삶에는 그대의 전 존재가 필요하다. 과학에는 머리가 필요하고, 예술에는 가슴이 필요하다. 그러나 삶에는 존재 전체가 필요하다. 머리만 활동하면 메마른 이론만 늘어날 뿐이다. 가슴만 활동하면 꿈과 허구만 늘어날 뿐이다.
존재 전체, 그것이 필요하다. 존재 전체로 움직일 때 그대는 우주와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첫 번째의 것이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조건 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조건 지워지지 않은 마음은 없다. 존재는 물들지 않은 순수 상태 그대로이지만, 마음은 늘 조건화되는 과정에 있다. 살고 있는 사회에 의해서, 또 통과해 온 경험에 의해서 마음은 항상 길들여진다.
진리를 알고 실체를 이해하는 사람은 조건 지워지지 않은 사람, 어떤 이론과 사상에도 물들지 않은 사람이다.
도는 모든 경계선, 모든 조건을 초월해 있다. 그 경계선과 조건들을 버려야 한다. 진리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어야 한다. 어떤 옷도, 어떤 신발도 벗어 던져야 한다.
세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마음은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자, 무가 된 자, 오직 그만이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잘난 사람' 이라는 생각이 불행을 부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항상 고달프다. 그는 늘 경쟁과 갈등에 시달린다. 그리고 늘 모든 사람과의 끝없는 긴장 속에 살아간다. 모두가 경쟁 상대이고 적이다.
진정으로 진리를 찾고자 한다면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찾으라.
진리란 최고의 것, 최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열등한 것, 밑의 것을 찾는다면 마침내 그대는 거짓 속임수의 진리와 함께 생을 마칠 것이다.
신에게로 다가서고자 한다면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찾으라. 장자 같은 도의 사람을 찾으라. 도의 사람은 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항상 도의 사람을 찾으라. 그리고 그때 겸허해야 한다. 엎드려 절해야 한다. 자신을 버려야 한다. 이것이 에고의 문제, 마음의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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