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오두막 담장에 핀 홍매화가 하도 예뻐 병에 담았다. 꺽고 나서 후회했지만 꽃에 홀린 내가 우스웠다. 한바탕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뭔가에 홀려 살아가는 것 같다. 사랑에 홀리고, 재물에 홀리고, 권력에 홀리고, 자동차에 홀리고, 게임에 홀리고, 술에 홀리고,.......
정신을 차려 보면 '이건 아닌데' 라는 깨우침이 일어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뭔가에 홀려 몸이 움직이고 있다.
[대주라는 선사가 스승이 될 마조 선사를 뵈었을 때의 일이다. 마조가 물었다. "무엇을 구하려고 왔는가?" 대주가 대답했다. "불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마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기의 보물창고는 살펴보지 않고 집을 떠나 먼곳을 헤매고 다니면서 무엇을 하는가?"
이에 대주가 엎드려 절하며 물었다. "무엇이 저의 보물창고입니까?"
그러자 마조가 대답했다.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그것이 그대의 보물창고다. 그곳에는 온갖 것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조금도 모자란 것이 없고 자유 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밖에서 헛되이 찾고 있는가!"]
삶의 완전한 자유와 지복은 결코 밖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우쳐 주는 좋은 글이다.
바깥 세상의 것은 내것이 아니다. 죽을 때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을 때 누구나 손을 펴고 죽는다. 오로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내면에 있는 보물창고, 즉 본래 의식(참나) 뿐이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가져갈 수 없다. 멋진 자동차와 멋진 집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빈손이다. 알렉산더 대왕도, 징기즈칸도, 스티브잡스도, 이건의도 빈손으로 갔다.
마조라는 한 인간도 중이 되기 전에 삶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가난과 질병, 불행, 고통,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없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눈을 감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보물창고를 찾기 위해서 계속해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온갖 생각들이 안으로 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억만겁을 통해 쌓여진 마음들이 훼방을 놓는다.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은 중간에서 포기한다.
그러므로 방해꾼인 마음과 생각을 제거해야 한다. 싸워서는 절대 제거할 수 없다. 지켜보는 자가 되어야 한다. 멀리서 제3자인양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사라지는 날이 온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쉽게 풀린다. 모든 문제를 지켜보는 것 하나 만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고통도 지켜볼 수 있고 욕망도 지켜볼 수 있다.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도 욕망도 사라지고 남는 것은 본래 나 뿐이다. 본래 나는 거울이다. 앞에서 지나가든 말든 상관없다. 지나가면 지나가는 것이다. 거울은 비출뿐이다.
하찮은 글이나 말로써 이 깊은 진리를 표현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죄송함을 감출길 없다. 부족하지만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느낌한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인 잃은 밭에 노란꽃 닥나무 종이꽃 피네 (0) | 2022.02.10 |
---|---|
휘파람새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첫 홍매화 (0) | 2022.02.09 |
물 속 세상에 빠져 두려움 조차 잊어 버렸네 (0) | 2022.02.07 |
구름 아래는 천둥번개 위에는 언제나 맑음 (0) | 2022.02.06 |
눈부시도록 하얗고 하얗구나 싱그러운 봄 (0) | 2022.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