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가시덤불 속에 하얀 매화가 피었다. 아직은 산의 색이 회색빚이 강해 흰 매화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가시덤불에 치여 풍성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 험한 고통 속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꽂을 피운 강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봐주는 이 아무도 없지만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17자 시로 표현해 본다.

 


오늘 아침은 약간 안개가 끼었다. 싸하던 공기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계곡물 소리가 반갑다. 먼지만 날리던 들판에는 농부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밭가는 트렉터 소리 요란하다. 


매화는 봄 중에 가장 먼저 피는 꽂 중 하나다. 흰색의 꽃을 청매화, 붉은색 꽃을 홍매화라 부른다. 청매화는 꽂이 피기 전 몽우리의 색이 푸른색을 띄기 때문에 청매화라 부르는 것 같다. 오로지 내 느낌이다.

 


해가 뜨는 위치도 많이 바뀌었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점점 옮겨지고 있다. 오두막에 햇빛이 비치는 시간도 빨라졌다. 자연은 쉼 없이 변하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것은 없다. 나 역시 변한다. 지나간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 같아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는 성숙함과 풍요로움을 느낀다. 이런 성숙함과 풍요로움이 삶을 아름답게 한다. 


 


지금의 내가 본래 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정진하고 정진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에 얻었던 부와 권력과 명예는 순간 순간 나타나 괴롭힌다. 다 비워냈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차 있다. 비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내가 누군데', '나도 과거에는 고급 승용차와 궁궐같은 집에 살았는데', '내가 사장이었는데', '내가 무슨 무슨  ..............', '감히 나를 무시해'


이런 가짜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불쑥불쑥 나타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가짜가 나타나지 않도록 갈고 닦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 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가짜 나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살핀다. 정말이지 이 가짜의 작동은 대단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다. 

 


언젠가 어는 선사께서 이 가짜 나를 내려놓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적이 있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바로 '지켜보기' 다. 가짜 나가 나타나면 곧바로 응대하지 말고 잠시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이 '지켜보기' 를 실행한 결과 가짜 나를 내려놓기가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정진하고 정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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