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듯 사람 또한 사라지는 것임을] - 아침 산책 중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고 그 느낌을 표현한 17자 짧은 시
분홍 동백꽃이 핀다. 벗꽃이 핀다. 자주 목련꽃이 핀다. 매화 잎이 떨어진다. 산수유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꽃이 피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지고 있다. 어제 아침까지 아름다웠던 꽃이 오늘 아침에는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하얗게 반짝 거리던 흰 목련꽃이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다. 바로 옆에는 동백 꽃망울들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찍찍 찌찌찌, 휴우우우 휙 휴우우 휙,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꿔어엉 꿩 꿔어엉 꿩, 따르르르 따르르르, 후후후 후후후, 지지배배 지지배배, 봄새들의 아침 합창이 물결을 일으킨다. 가는 줄 모르게 겨울새는 사라졌다. 겨울 내내 연못을 오가던 천둥오리와 물닭과 가마우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오면 가고 가면 오는 것이 삶인가 보다. 삶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젊음이 가면 늙음이 온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 가만 있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
어제는 아는 지인이 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겨우 오십 중반이다. 좀 이른 죽음이다. 아내와 두 딸을 남겨놓고 가버렸다. 그것도 스스로 가버린 죽음이라 더 안타깝고 슬프다. 우울증이란 병이었다고 한다.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는 증상이라고 한다. 과학화 시대, 정보화 시대가 낳은 부작용 중의 하나다. 요즘 이 병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보화 시대는 속도, 즉 초 스피드를 요구한다. 너무 빠른 속도에 의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빠른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그 속도에 뒤쳐지는 사람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점점 심하면 미쳐간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묻지마 범죄와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심하다고 한다. 특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많은 미국 직장인들이 명상과 요가를 찾는다고 한다. 왜 찾을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씨를 뿌리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속도는 자연에 위배되는 것이다. 즉 자연을 위배하면 결국 죽음 밖에 없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안전하다. 초 스피드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미치게 만든다.
하루 중 잠시라도 느림을 가질 필요가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부터 단 한 시간만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가슴은 조여오고 머리는 아프고 소화가 안될 것이다. 근육은 굳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쓰러져 반신불구가 되거나 미치광이가 될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텔레비젼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그 대신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날이 되어야 한다. 들길을 지나 산길을 걸어며 길게 숨쉬고 길게 내 뱉어야 한다. 숲이 뿜어내는 향기를 마셔야 한다. 흐르는 냇물에 손발을 담궈 보아야 한다. 아침 동산에 떠 오르는 태양과 마주 보아야 한다. 눈부신 해의 기운을 받아 들여야 한다. 봄바람에 가슴을 크게 열어야 한다. 새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밤 하늘의 별이 전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 말, 말, 말, 쓸데 없는 말들을 내려놓고 침묵해야 한다. 그 침묵 속에 평안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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