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못났다고 누가 말했나 꽃중의 꽃인데] - 모과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모과를 못났다고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다. 열매는 비록 울퉁불퉁해서 못났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꽃은 꽃중의 꽃이라 할 만 하다. 흰색과 분홍색이 빚어내는 그 아름다움과 다소곳한 자태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금은 모과꽃 시간이다. 매화, 복사꽃, 벗꽃, 살구꽃, 자두꽃은 이미 사라졌다. 아쉽고 허무한 감정을 달랠 길 없었는데 때마침 모과꽃이 헤아려 주는 듯 하여 고맙다.
온 산이 연두색 물결이다. 잎이 나지 않은 나무가 없다. 겨울산에 비해 풍성해 보인다. 갑자기 살찐 산이 된 것 같다. 산과 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나뭇잎과 풀잎은 쑥쑥 자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 봄날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봄이 왔는지, 꽃이 피는지, 새가 우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무엇이 바쁜지, 무엇에 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 자신의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자기 집 화단에 피는 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쁘다고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쁘다고 한다. 꿈과 목표는 정확히 표현하면 욕망이다. 욕망은 바쁘게 한다. 욕망은 서두르게 한다. 욕망은 지금 여기에 있지 못하게 한다. 욕망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가 있게 한다.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하나의 욕망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밀려온다. 완전한 욕망은 없다. 그러므로 욕망은 삶을 지치게 하여 쓰러지게 만든다.

욕망을 내려 놓아야 삶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욕망을 내려 놓는 방법은 오직 하나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뿐이다. 지금 이 순간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방법은 모든 말과 행동에 깨어있는 것이다. 말을 할 때는 그 말에, 밥을 먹을 때는 먹는 것에, 걸을 때는 걷는 것에, 옷을 입을 때는 입는 것에만 깨어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숨쉬는 것에 깨어 있어야 한다. 들숨과 날숨의 소리와 길이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순간 순간 깨어 있으면 욕망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기지 않는다. 순간 순간을 깨어서 살아가기 때문에 미련이나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순간 순간 즐거운 삶이 가능하다. 

걸음을 걸을 때는 발걸음 하나 하나를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하면 어느 순간 욕망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천천히 걸어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넣는 것과 그 맛을 알아차릴 정도로 천천히 먹어야 한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 맛은 어떤지를 알아차릴 정도로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을 할 때는 한 마디 한 마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어 있어야 한다. 이렇듯 단 한 순간도 깨어있지 않으면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을 놓치고 만다. 놓친 그 순간은 다시는오지 않는다. 그래서 미련과 후회 좌절이 오는 것이다. 

이 봄날 순간 순간을 놓치지 말자. 바쁘다고 신발을 벗는 것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지 말자. 그 순간을 놓쳤다고 알아 차렸으면 다시 돌아가서 신발을 천천히 벗어 가지런히 놓아야 한다. 신발에게 무례한 행동이지 않는가? 고마운 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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