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날이다. 장모님께서 오곡밥과 나물무침을 보내 주셨다. 정성 가득한 건강 밥상을 받아서 곧 병이 물러날 것 같다.

장모님께는 늘 죄송함 뿐이다. 제대로 사위 노릇 한 번 못했다. 건강할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했다. 병이 들자 당신의 거처를 물려 주셨다. 덕분에 이렇게 따뜻한 햇볕 아래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고생고생 하시며 4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셨다. 참 가슴이 아릴 정도로 사연이 많은 분이다. 

친부모님은 다 돌아 가셨다. 막내로 태어나 비교적 일찍 부모님을 잃었다. 그래서 장모님을 친부모로 여기며 산다.

'잘 되면, 돈을 많이 벌면.......'

잘 되는 날도 오지 않았고, 원하는 대로 돈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늘 부모님 챙김은 미뤄졌다. 미루다 미루다 다 돌아 가셨다.

내 몸에 병이 오고서야 깨달았다. 부모님 챙김은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는 것을. 

오늘은 왠지 자꾸만 문밖을 바라보게 된다. 따스한 봄햇살이 자꾸만 부르는 것 같다. 밖에 나와 보라고. 

몽글몽글 매화 꽃송이, 빼꼼이 얼굴을 내미는 여린 백합 순, 봄바람에 몸을 맞긴 대나무, 푸른 공기를 가르는 새 소리, 밭갈이 하는 농부의 땀냄새가 참 좋다. 이 쉼터에서 스쳐가는 봄의 향기에 숨 쉬고, 봄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한 순간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은 이 봄날!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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