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마조는 제자들을 다룸에 있어 효과적인 수단을 찾아내는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이것은 석공혜장(石鞏慧藏)과의 대화에서 잘 나타난다.
혜장은 원래 사냥을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며 승려와 마추치는 것을 꺼렸다. 어느 날 한떼의 사슴을 쫓다가 마조와 머무르는 암자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마침 밖에 나와 있던 마조와 마주쳤다.
혜장이 물었다.
"혹시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이에 마조가 되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사냥꾼입니다."
"그대는 활 쏘는 법을 아는가?"
"물론 잘 쏘지요."
"화살 한 대로 몇 마리나 맞출 수 있나?"
"화살 한 대로는 한 마리밖에 못 맞추지요."
"신통치 않군."
"스님은 잘 쏘십니까?"
"암 잘 쏘지."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으십니까?"
"한 번에 떼거리 전부를 잡는다네."
"이도 저도 다 생명이 있는 것들인데, 그렇게 마구 잡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잘 알면서 왜 그대 자신은 쏘지 않는가?"
"저 자신을 잡으려 해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마조가 말했다.
"그대는 영겁 동안 무명번뇌(無明煩惱)를 쌓아 왔다. 그러나 오늘, 그 끝없는 과정은 돌연 멈추었다!"
혜장은 그 자리에서 활살을 꺾어 팽개쳤다. 그리고 출가하여 마조의 제자가 되었다.
얼마쯤 세월이 흐른 후, 혜장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데 마조가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소를 돌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돌보는가?"
"풀밭에 들어갔다 하면 즉시 고삐를 바짝 잡아당깁니다."
마조가 말했다.
"자네는 소를 돌볼 줄 아는군!"
원문 이해
혜장은 마조의 말을 듣고 자신이 살아온 상황 전체를 알았다. 그는 생명을 파괴시켜 왔다. 그런데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나쁘다. 그는 활을 던졌다. 어떤 각성이 번개처럼 가슴을 강타했다. 이젠 사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 삶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마조의 제자가 되었다.
"소를 돌보고 있습니다."
소를 돌보고 있다는 말은 진짜로 소를 돌본다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선에서 말하는 상징이다. 소는 그대의 고유한 본래면목을 상징한다. 풀밭은 세속을 의미한다. 풀밭은 거칠고 원시적이며, 비문명적이고 비문화적인 것을 의미한다.
혜장은 말한다.
그는 자신이 풀밭으로 유혹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풀밭에서 끌어내 거대하고 장엄한 내면의 빛 쪽으로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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