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수였다. 새벽까지 비가 내렸다. 아침 기온은 영상 삼도로 포근한 날씨였다. 그래서였을까? 산책 중인데 계곡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산 깊은 곳부터 저 아래까지 온 계곡이 개구리 소리로 요란했다. 개골개골?, 깨골깨골?, 깨고르 깨고르?, 요란했지만 기분좋은 소리였다.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어 다가서면 소리가 멈췄다. 다시 가려는 순간 길 바닥에 개구리 한 마리가 누워 있는게 아닌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새의 공격에 당하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었다. 주검을 거두어 길가 숲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한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오늘 아침은 어제와는 너무 다르다. 얼음이 얼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렇게 울어대던 개구리와 철새들도 조용하다. 공기는 차지만 깨끗하고 맑아서 좋다. 별들도 더 선명하고 더 많이 보인다. 또 다른 맛이 있다. 세상은 가만 있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람도 변하고, 새도 변하고, 나무도 변하고, 돌도 변하고, 물도 변하고, 산도 변하고, 풀도 변하고, 흙도 변한다. 사랑도 변하고, 돈도 변하고, 명예도 변하고, 권력도 변하고, 육체도 변하고, 마음도 변한다. 변화가 삶의 법칙이다. 그래서 삶이 지루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삶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 보다 더한 지옥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하는 삶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이 변화하는 것들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젊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기를,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기를, 사랑이 변하지 않고 지속되기를, 돈과 권력과 명예가 없어지지 않고 영원하기를........ 그래서 인간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본성(참나, 의식)이다. 내면에 있는 본성은 어떠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저 그 변화를 지켜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변할 수 밖에 없는 것들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거울처럼 비출 뿐이다. 그 거울같은 존재가 바로 본성이다.
내면에 있는 본성(참나, 의식)을 만나야 한다. 본성과의 만남이 바로 깨달음이다. 본성과 만나기 위해서는 거짓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나라고 여겼던 거짓나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지금의 이름과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참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참나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을 때까지 그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알렉산더, 징기즈칸과 같은 대제국의 황제들도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후회했다. 오죽하면 알렉산더가 죽을 때 이런 말을 남겼겠는가? "이 알렉산더 조차도 죽을 때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나의 손을 관 밖으로 내 놓아라."
알렉산더는 몰랐던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이름과 권력과 부가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늘 불안과 두려움에 잠을 잘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무슨 행복할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역사는 진리를 전해주고 있건만 아직도 인간들은 귀를 닫고 있다. 귀를 열고 듣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들을려고 하지 않는다. 남의 일인양, 자신의 이름과 권력과 부와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춤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대다수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자비롭게 지켜보고 있다.
눈 있고, 귀 있으면 그 자비를 받을 수 있다. 극소수의 각자(깨달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나누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자비가 흘러 넘쳐 어디론가 빨리 나누어 주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그 자비를 받아야 한다. 그 자비는 서점에도 있다. 깨달은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우면 서점을 찾아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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