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연못에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木蓮花가 물에서 피고 있으니 水蓮花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목련꽃이 자리를 차지해도 맑고 고요한 연못은 어떤 흔들림도 없다. 목련꽃이 비치면 비치는 대로, 바닥으로 내려 앉으면 앉는 대로 그저 지켜볼 뿐이다. 왜 들어 왔느냐고 따지지 않는다. 무엇이 비치고 무엇이 왔다 갔다 하더라도 동요하지 않는다. 오직 고요한 침묵 뿐이다.
지난 한 주는 흐리고 비가 내린 날이 많았다. 장마 같은 느낌이다. 이 맘때 장마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고사리가 필 즈음 내리기 때문이란다. 가뭄 해갈에 충분한 비는 아니었지만 산천초목이 목을 적실 정도는 된 것 같다. 비가 그친 오늘 아침은 기온이 푹 내려 앉았다. 어제 아침 보다 무려 칠,팔도는 떨어졌다.
인간은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한다. 그래서 즐겁지 못하고 평화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도 비천한 사람도 없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상대적인 비교는 인간을 거의 미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이 더 높는 자리에 기어오르려고 발버둥 친다. 이 비교, 즉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 비해 열등하다. 주변에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최고의 음악가가 될 수도 없고, 최고의 시인이 될 수도 없고, 최고의 화가가 될 수도 없고, 최고의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탁월함을 동시에 소유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을 상대적인 관점에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다. 각 개인은 독특한 존재다. 자신으로 만족해야 한다. 비교하지 않으면 삶이 즐겁고 평화롭다. 마음 속의 소란이 사라진다. 연못 처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즐겁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자연계(우주계, 존재계)는 모든 사람 각자에게 독특한 잠재성을 심어 놓았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잠재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가수가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화가가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없다. 한 사람이 모든 재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인간들은 하나같이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까?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까? 어떻게 하면 갑부가 될까? 유명 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미쳐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비교하는 것은 마음의 장난이다. 비교는 지금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미래에 가 있게 된다. 마음은 미래 아니면 과거에만 존재할 수 있다. 마음은 절대 현재에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여기, 현재 외에는 실재하지 않는 헛된 것이다. 오직 지금 여기, 현재만이 실재한다. 그러나 과거나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 허구다. 그러므로 실재하는 지금 여기, 현재에 모든 삶을 다 살아야 한다.
마음은 잠시라도 틈을 주면 끼어든다. 항상 비교하게 만드는 것이 마음이다. 그리하여 헛된 꿈을 꾸도록 유도한다. 헛된 꿈은 절망을 가져올 뿐이다. 절망의 맛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을 떨쳐 버려야 한다. 자꾸만 달리기를 시도하는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마음이 어디로 달려가는지 잘 지켜 보면 된다. 절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 보아야 한다. 그 순간 마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마음의 장난으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정을 갖고 시도해야 한다.
이와 같이 마음의 장난을 지켜보고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참나(본성, 의식)다. 이 참나는 마음도 아니고 몸도 아니다. 내면 깊숙히 조용히 앉아 있는 존재다. 그 존재가 바로 붓다다. 모든 사람은 원래부터 붓다다.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불상도, 경전도 붓다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붓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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