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원율사(源律師)라는 이가 와서 대주에게 물었다.
"화상께서도 도를 닦는데 공(功)을 들이십니까?"
대주가 말했다.
"그렇다 공을 들인다."
"어떻게 공을 들이십니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에도 백 가지 분별을 일으키고, 잠을 잘 때에도 숱한 망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이다."
이에 율사가 입을 다물었다.
원문 이해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 "나는 그저 자연적인 성품을 따른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자연적인 성품이 있을 뿐이다. 이 성품이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 붓다는 밥을 먹을 때 그저 먹는다. 그의 마음 속에 다른 사념들이 떠다니지 않는다. 그의 관심, 그의 깨어있는 의식은 전적으로 현재의 먹는 행위에 몰입해 있다. 잠을 잘 때 그는 그저 잔다. 그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없다.
그러나 그대는 밥을 먹는 동안에도 수많은 잡념을 일으킨다. 잠자는 동안에는 머나 먼 땅에 대해 꿈꾸고 있다. 어쩌면 억눌린 욕망들에 대해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주는 깨달은 사람을 분명하게 구별했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그 밖의 어떤 것도 하지 말라. 언제나 이 순간에, 이 행위에 전념하라. 손을 들어올릴 때에는 그저 손을 들어올려라.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 앉을 때에는 그저 앉고, 걸을 때에는 그저 걸어라. 행동 하나하나에 완전히 전념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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