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투자(投子) 스님과 조주 스님이 만났을 때 조주가 물었다. "투자산 움막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투자가 말했다. "용돈이나 주시오!"

조주가 먼저 움막에 와서 앉아 있는데, 저녁 때 투자가 기름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조주가 말했다. "투자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건만, 내 눈엔 기름장수 늙은이만 보이는구려."

투자가 말했다. "당신은 기름장수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모르는군요."

조주가 말했다. "어떤 것이 투자요?"

투자가 기름병을 쳐들고 말했다.

"기름이요, 기름!"

 

한 번은 죽은 승려의 장례를 치르면서 조주가 말했다.

"수많은 죽은 자들이 산 사람 하나를 보내는구나!"

 

 

원문 이해

"용돈이나 주시오."

= "조주 당신은 위대한 스승이므로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어도 당신은 당신 앞에 서 있는 투자를 볼 수 있다. 대답은 당신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알아보듯이 당신은 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질문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당신을 모욕할 생각이 없으니 용돈이나 주고 가시오. 나는 가난한 선사요."

"기름이요, 기름!"

= 이 순간 투자는 없다. 다만 기름병이 있을 뿐이다. 투자에 관한 한, 그는 부재(不在)한다. 그는 텅 빈 공(空)이다.

"아침에 당신이 왔을 때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래서 당신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되어도 불을 밝힐 기름 조차 없다. 나는 기름장수가 아니다. 나는 마을에 내려가 이 기름을 구걸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내게는 기름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다."

 

 

"수많은 죽은 자들이 산 사람 하나를 보내는구나!"

= " 이 이상한 행렬을 보라. 산 사람 하나를 따라서, 산 사람은 관에 누워 있는데 수많은 시체가 그 뒤를 따르는구나!"

※ 죽은 사람은 스승이었다. 그리고 스승은 죽었을 때조차 살고 있는 그대보다 더 살아 있다. 스승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것이 그를 스승(깨달은 사람)으로 만든 비밀이다. 그는 죽음이 없음을 안다. 그는 영원성을 획득했다. 그의 깊은 곳에는 영원 불멸성이 깃들어 있다. 그의 몸은 태울 수 있지만 그의 영원성은 태울 수 없다.

 

※ 그의 영원성

= 그는 자신의 육체가 죽어가는 것조차 지켜보는 주시자이기 때문에 몸은 죽지만 지켜보는 주시자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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