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한 번은 법사 몇 사람이 와서 뵙고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대주가 말했다.

"좋소. 깊은 연못에 달 그림자가 있으니 원한다면 마음대로 건져 가시오."

그들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대주가 말했다.

"맑은 연못을 마주대하고 있는 자가 부처가 아니라면 무엇이 부처이겠는가?"

이 말에 무리가 모두 얼떨떨하였다.

 

 

 

 

 

 

 

 

 

 

원문 이해

 

"좋소. 깊은 연못에 달 그림자가 있으니 원한다면 마음대로 건져 가시오."

= "달 그림자가 진짜 달이 아니듯이,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모두 진리와 동떨어진 말이 될 것이다. 나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명심하라. 연못에 비친 달이 진짜 달과 떨어져 있듯이, 내 대답은 진리와 동떨어진 말이 될 것이다.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의 말은 단지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 말이 진리 자체인양 매달리지 말라."

 

"맑은 연못을 마주대하고 있는 자가 부처가 아니라면 무엇이 부처이겠는가?"

= "맑은 연못 속의 달 그림자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붓다가 아니라면 누가 붓다가 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은 지켜보는 자다. 눈을 대상에서 주체로 돌려라. 달 그림자를 보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 다시 말하면, 지금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 만일 그가 붓다가 아니라면 무엇이 붓다인가? 이 주시와 관조, 이것이 붓다가 아니라면 무엇이 붓다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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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하루는 대주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선을 모른다. 나는 그대들에게 한 법도 줄 것이 없다. 그러니 공연히 여기에 서서 헛수고하지 말라. 자, 가서 쉬어라"

 

 

 

 

 

 

 

 

 

 

 

 

원문 이해

 

"나는 선사가 아니다. 이 말은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내가 어떻게 선사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더 넓은 의식의 바다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니 어떻게 여전히 존재계와 분리된 '나' 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나는 선을 모른다. 이 말은 내가 존재계 안으로 용해되어 사라졌다는 뜻이다. 나는 정체성(identity)과 개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존재계가 있을 따름이다."

 

※ '나' 라고 여기는 것은 '본래의 나' 가 아니다. 그대가 '나'라고 여기는 것은 그대의 가족, 사회, 국가가 만든 것이다. 그대의 지위, 학력, 재력...은  '진정한 나' 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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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원율사(源律師)라는 이가 와서 대주에게 물었다.

"화상께서도 도를 닦는데 공(功)을 들이십니까?"

 

대주가 말했다.

"그렇다 공을 들인다."

 

"어떻게 공을 들이십니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에도 백 가지 분별을 일으키고, 잠을 잘 때에도 숱한 망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이다."

이에 율사가 입을 다물었다.

 

 

 

 

 

원문 이해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 "나는 그저 자연적인 성품을 따른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자연적인 성품이 있을 뿐이다. 이 성품이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 붓다는 밥을 먹을 때 그저 먹는다. 그의 마음 속에 다른 사념들이 떠다니지 않는다. 그의 관심, 그의 깨어있는 의식은 전적으로 현재의 먹는 행위에 몰입해 있다. 잠을 잘 때 그는 그저 잔다. 그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없다.

그러나 그대는 밥을 먹는 동안에도 수많은 잡념을 일으킨다. 잠자는 동안에는 머나 먼 땅에 대해 꿈꾸고 있다. 어쩌면 억눌린 욕망들에 대해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주는 깨달은 사람을 분명하게 구별했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그 밖의 어떤 것도 하지 말라. 언제나 이 순간에, 이 행위에 전념하라. 손을 들어올릴 때에는 그저 손을 들어올려라.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 앉을 때에는 그저 앉고, 걸을 때에는 그저 걸어라. 행동 하나하나에 완전히 전념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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